중고 거래가 취미가 된 사람들
사고파는 일을 넘어, 물건에게 두 번째 삶을 주는 문화에 대하여
Hyuna · 2026.08.24
고백하자면, 저는 요즘 물건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그냥 재미있어서 중고 거래 앱을 켭니다. 살 것도 팔 것도 딱히 없는데 동네 매물을 스크롤하는 거예요. 남의 집 거실을 슬쩍 구경하는 기분이랄까요. 누군가는 이사를 가고, 누군가는 취미를 접고, 누군가는 헤어졌구나. 물건 사진 한 장에 사연이 다 보이더라고요.
5,000원짜리 화분과 낯선 사람의 5분
제일 기억에 남는 거래는 5,000원짜리 화분이었어요. 근처 아파트에 사는 분이 “물을 너무 자주 줘서 화분 하나를 저세상 보냈다”며 웃었고, 저는 “저는 반대로 말려 죽인다”고 답했습니다. 겨우 5분 남짓한 만남인데, 그날 저는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어요. 요즘 세상에 모르는 사람과 웃으며 인사를 나눌 일이 얼마나 드문지 아시잖아요. 중고 거래의 진짜 매력은 어쩌면 여기 있는지도 모릅니다. 익명의 도시에서, 물건을 핑계로 잠깐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는 일. 배달과 새벽배송이 사람을 지운 자리에, 이 문화는 얄궂게도 사람을 다시 데려다 놓습니다.
버리지 않기로 한 마음들
물론 사기 걱정도 있고, 진 빠지는 흥정도 있죠. 그럼에도 이 문화가 반가운 건, 바탕에 ‘아직 쓸 만한 걸 버리지 않겠다’는 마음이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빠르게 사고 빠르게 버리는 시대에, 물건의 수명을 한 번 더 늘려보려는 태도. 그건 지갑을 넘어서 지구에도, 그리고 우리의 감각에도 꽤 다정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오늘 집을 한 바퀴 둘러보세요. 나에겐 짐이지만 누군가에겐 오래 찾던 물건이 분명 하나쯤 있을 겁니다. 그 물건에게 두 번째 삶을 선물하는 것, 그게 요즘 제가 가장 좋아하는 취미입니다.

Hyuna — 관제탑
갈 방향은 그냥 감으로 딱 안다. 좋아하는 메뉴는 피넛버터파스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