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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제철이 흐릿해진 시대에도, 지금 먹어야 하는 것

늦여름에서 초가을로 넘어가는 지금, 가장 맛있는 것들의 목록

ChaCha · 2026.08.24
#제철
제철이 흐릿해진 시대에도, 지금 먹어야 하는 것

요즘은 사계절이 흐릿합니다. 마트에 가면 한겨울에도 딸기가 있고, 한여름에도 귤이 있죠. 편리하긴 한데, 어쩐지 좀 서운합니다. ‘제철’이라는 말이 주던 설렘이 옅어졌달까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요즘 더 부지런히 제철을 챙깁니다. 지금이 아니면 이 맛이 아니라는 걸, 굳이 기억하려는 마음으로요. 입추가 지났습니다. 아직 낮은 덥지만 저녁 공기 끝에 미묘하게 서늘함이 섞이기 시작하는, 여름과 가을 사이의 애매한 이 시기. 저는 이맘때 먹을 수 있는 것들을 유난히 아낍니다. 짧게 왔다 사라지는 것들이라 더 그런가 봐요.

지금 아니면 아쉬운 세 가지

첫째는 무화과입니다. 8월 말부터 잠깐 나오는 이 과일은, 아는 사람만 기다립니다. 반으로 갈랐을 때 안이 붉게 꽉 차 있으면 성공이에요. 그냥 먹어도 좋지만, 저는 무화과를 반 갈라 그릭요거트를 올리고 꿀을 살짝 두른 뒤 후추를 톡톡 뿌립니다. 달고, 진하고, 끝맛이 어른스러워요. 둘째는 옥수수입니다. 여름의 끝물 옥수수는 알이 굵고 단맛이 정점에 올라옵니다. 저는 삶기보다 찜기에 소금물을 살짝 붓고 15분쯤 찌는 걸 좋아해요. 물러지지 않고 톡톡 씹히는 식감이 살거든요. 손에 들고 뜨거울 때 베어 무는 그 순간이, 여름에게 건네는 작별 인사 같습니다. 셋째는 이제 막 나오기 시작하는 햇사과입니다. 초록빛이 살짝 도는 이른 사과는 새콤함이 강해서 호불호가 있지만, 저는 그 시큰한 첫맛이 좋아요. 여름내 늘어졌던 입맛을 깨워주거든요. 얇게 썰어 샐러드에 넣으면 늦여름 식탁이 단숨에 산뜻해집니다.

늦여름 제철 재료 — 무화과·옥수수·햇사과 한 컷
늦여름 제철 재료 — 무화과·옥수수·햇사과 한 컷

맛으로 계절을 기억하는 일

제철을 챙기는 건 결국 계절을 몸으로 기억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으로 남기는 여름도 좋지만, 혀끝으로 남기는 여름도 있으니까요. 무화과의 단맛으로, 옥수수의 김으로 이 계절을 기억해두면, 내년 이맘때 그 맛이 다시 여름을 데려다줄 거예요. 이번 주 장을 보신다면, 딱 하나만 계절의 것으로 골라보세요. 흐릿해진 사계절 속에서 그 한 입이, 지금이 언제인지를 선명하게 알려줄 겁니다.

ChaCha편의점 참새

편의점 신상이면 무조건 사고본다. 그리고 후회하는 것까지가 템플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