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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야 보이는 것들
번아웃이 알려준, ‘쉬는 것도 능력’이라는 뒤늦은 말
다시 조신입니다. 오늘은 제가 오래 미뤄둔 이야기를 해볼게요. 저는 2년 전, 소위 말하는 번아웃을 제대로 겪었습니다. 어느 아침, 늘 하던 출근 준비를 하다가 갑자기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 게으름이 아니라, 스위치가 내려간 것처럼 몸이 멈춰버린 겁니다. 그제야 알았죠. 저는 오래 쉬지 못하고 있었다는 걸요.
돌아보면 신호는 많았습니다. 좋아하던 일이 시들해지고, 주말에도 마음이 놓이지 않고, 사소한 일에 자꾸 예민해졌어요. 그런데도 저는 ‘조금만 더’를 반복했습니다. 멈추면 뒤처질 것 같았거든요. 쉬는 걸 일종의 실패라고 여겼던 것 같아요.
멈춤은 게으름이 아니었다
회복하면서 가장 크게 바뀐 생각이 이거예요. 멈추는 건 게으름이 아니라 유지 보수라는 것. 아무리 좋은 자동차도 쉬지 않고 달리면 엔진이 망가집니다. 사람도 똑같아요. 잘 쉬어야 오래 달릴 수 있습니다. 쉬는 걸 죄책감으로 대하는 한, 우리는 결코 제대로 쉴 수 없습니다.
저는 요즘 하루에 딱 십 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의식적으로 만듭니다. 휴대폰도 없이, 그냥 창밖을 보거나 숨을 고르는 거예요. 처음엔 그 십 분이 어색하고 불안했는데, 지금은 그 시간이 하루를 지탱해줍니다. 멈춰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달릴 때는 흐릿하게 스쳐 지나가던 것들이요.
잘 쉬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번아웃이 저에게 남긴 교훈은 단순합니다. 쉬는 것도 능력이고, 능력이니까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 잘 달리는 법만 배우고 잘 멈추는 법은 아무도 안 가르쳐줬으니, 이제라도 스스로 배워야 합니다. 멈춤이 서툰 건 당신 탓이 아니에요.
혹시 지금 ‘조금만 더’를 반복하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오늘 딱 십 분만, 아무 목적 없이 멈춰보세요. 그 짧은 정지가, 당신을 오래 지켜줄 겁니다. 부디 저처럼 스위치가 완전히 내려가기 전에요.
Josin
슬런치 에디터. 번아웃 이후 잘 쉬는 법을 연습 중입니다. 매트 위에서 배운 걸 매트 밖에서도 써먹으려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