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나는 침대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몸이 아픈 게 아니었다. 알람을 끄고 천장을 한 시간 동안 바라봤다. 출근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냥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번아웃이라는 단어를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그게 내 이야기가 될 줄은 몰랐다.
돌이켜보면 신호는 있었다. 좋아하던 일이 싫어지기 시작했고, 주말에도 월요일 걱정을 했다. 친구들 만나는 게 귀찮아졌고, 취미생활은 언제 했는지 기억도 안 났다. 그런데도 나는 계속 달렸다. 멈추면 뒤처질 것 같았고, 뒤처지면 다시는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열심히의 함정
우리는 '열심히'를 미덕으로 배웠다. 새벽까지 일하면 성실한 사람이고, 주말에도 노트북을 켜면 책임감 있는 사람이다. 쉬는 건 게으른 것이고, 여유를 부리면 도태되는 것이다. 그렇게 믿으며 살았다. 그 믿음이 나를 침대에 눕혀놓기 전까지는.
번아웃이 오고 나서야 깨달았다. 나는 왜 이렇게까지 달렸을까. 정말 이 일이 좋아서였을까, 아니면 멈추는 게 두려워서였을까.
노 빡빡
회복하는 데 결정적이었던 건 태국 치앙마이 여행이었다. 거기서 만난 현지인이 내가 뭘 하든 이렇게 말했다. "노 빡빡. 천천히 해도 돼. 내일 해도 돼." 처음엔 답답했다. 나는 돈 주고 온 관광객인데, 왜 이렇게 느긋한 거지. 근데 며칠이 지나자 그 말이 위로가 되기 시작했다.
쉬는 것도 일의 일부
지금은 일주일에 하루, 무조건 쉬는 날을 정해두고 있다. 처음엔 불안했다. 이 시간에 다른 사람들은 일하고 있을 텐데. 근데 신기하게도 쉬고 나면 오히려 작업 효율이 올라갔다.
번아웃은 실패가 아니다. 몸이 보내는 신호다. 쓰러지기 전에 멈춰도 된다. 쉬는 것도 일의 일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