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맛은 왜 자꾸 세지기만 할까
스코빌 지수가 오르는 동안 우리 혀에 일어난 일
ChaCha · 2026.08.17
저는 편의점 신상이라면 일단 사고 보는 사람인데, 요즘 매대를 보면 좀 무섭습니다. 재작년 신상이 '불닭'이었다면 작년엔 그 앞에 '핵'이 붙었고, 올해는 거기서 형용사가 하나 더 늘었어요. 뭐가 더 붙을 수 있나 싶은데 매년 붙습니다. 웃긴 건 제가 그걸 다 먹는다는 겁니다. 3년 전엔 반도 못 먹고 우유를 찾았는데, 지금은 그냥 저녁으로 먹어요. 어느 날 문득 생각했습니다. 제가 강해진 걸까요, 아니면 제 혀가 뭔가를 잃은 걸까요.
매운맛은 사실 맛이 아니다
알아보니 좀 억울했습니다. 매운맛은 애초에 '맛'이 아니래요. 단맛·짠맛·신맛·쓴맛·감칠맛은 미각 세포가 받지만, 매운맛은 통각입니다. 캡사이신이 입안의 온도 수용체를 속여서 "지금 뜨겁다"는 신호를 보내는 거죠. 그러니까 우리는 매운 걸 맛본 게 아니라, 안 뜨거운데 뜨겁다고 속은 겁니다. 그리고 통증은 익숙해집니다. 같은 자극을 반복해서 받으면 수용체가 둔해져요. 제가 강해진 게 맞긴 한데, 그 '강해짐'은 근육이 붙은 쪽이 아니라 감각이 무뎌진 쪽이었습니다. 매운맛 내성은 훈장이 아니라 굳은살이었던 거죠.
굳은살이 생기면 덜 아픕니다. 대신 덜 느껴집니다.
잃은 건 매운맛이 아니었다
진짜 문제는 다른 데 있었습니다. 강한 자극에 익숙해지면 약한 맛이 안 들립니다. 저는 언젠가부터 삼삼한 나물을 두고 "맛이 없다"고 말했어요. 맛이 없었던 게 아니라 제가 못 들었던 겁니다. 볼륨을 최대로 올려놓고 살다가 속삭임을 못 듣게 된 것처럼요. 그래서 요즘은 '매운맛 단식'을 해봅니다. 거창한 건 아니고 일주일에 사흘 정도 자극적인 걸 빼고 먹는 겁니다. 처음 이틀은 심심해서 죽을 것 같은데, 사흘째가 되면 이상한 일이 일어나요. 두부에서 콩 냄새가 나고, 애호박이 답니다. 원래 거기 있던 맛인데 3년 만에 다시 들린 거죠. 물론 저는 다음 주에도 신상 매운 라면을 살 겁니다. 그건 못 참아요. 다만 이제는 그게 '맛있어서'가 아니라 '재밌어서'라는 걸 압니다. 놀이기구를 타는 마음에 가깝죠. 매일 타면 놀이기구가 아니라 출퇴근길이 되니까, 가끔만 탑니다. 이번 주에는 제일 심심한 걸 하나 드셔보시면 어떨까요. 생각보다 시끄러운 맛이 날지도 모릅니다.

ChaCha — 편의점 참새
편의점 신상이면 무조건 사고본다. 그리고 후회하는 것까지가 템플릿.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