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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올여름, 아무 데도 가지 않기로 했다

성수기 대신 내 방을 고른 사람들의 휴가법

Huna · 2026.07.14
#휴가#스테이케이션#성수기
올여름, 아무 데도 가지 않기로 했다

작년 여름휴가를 떠올리면 바다보다 먼저 정체된 고속도로가 생각납니다. 세 시간을 달려 도착한 해변에는 사람이 파도보다 많았고, 저는 인생샷 한 장을 건지고 다시 세 시간을 운전해 돌아왔어요. 쉬려고 떠났는데 돌아와서 더 지쳐 있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결심했습니다. 아무 데도 가지 않기로요.

주변에 말했더니 반응이 둘로 갈리더군요. “아깝지 않아?”와 “나도 사실 그러고 싶었어.” 후자가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다들 떠나야 한다는 압박에 떠밀려 성수기 한복판으로 뛰어들고 있었던 거예요.

집에서 쉬는 데도 계획이 필요하다

다만 배운 게 하나 있습니다. 집에 있는 휴가일수록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 아무 계획 없이 집에 있으면 그냥 늦잠과 배달과 유튜브로 닷새가 사라집니다. 그래서 저는 휴가 전에 딱 세 가지만 정합니다. 하루는 완전히 아무것도 안 하기, 하루는 평소 못 가본 동네 걸어보기, 하루는 미뤄둔 집안일 끝내기. 남는 이틀은 비워둡니다.

특히 세 번째가 중요했어요.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저를 가장 지치게 한 건 여행이 아니라, 그대로 쌓여 있던 집이었거든요. 정돈된 집에서 맞는 휴가 마지막 날은, 다음 주가 조금 덜 무섭습니다.

덜 이동하고, 더 쉬기

스테이케이션의 진짜 장점은 돈이 아니라 회복입니다. 이동에 쓰던 여섯 시간을 잠과 산책에 돌려주면, 휴가가 끝날 때 몸이 실제로 가벼워져 있어요. 저는 올여름 사진첩에 남길 게 별로 없을 겁니다. 대신 8월의 제가 좀 덜 피곤하겠죠. 올해는 그쪽을 택하기로 했습니다.

Huna

사회학 전공. Z세대의 시선으로 세상을 읽습니다. 미래를 겁내기보다 미리 예습해두는 쪽을 택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