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를 잘하려고 하지 않기로 했다
실력이 늘지 않아도 계속하게 되는 것에 대하여
Jin · 2026.08.19
안녕하세요, 진입니다. 저는 뭘 시작하기 전에 될지 안 될지부터 계산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취미를 오래 붙들지 못했어요. 두 달쯤 해보고 "이건 재능이 없네" 하고 접는 게 제 패턴이었습니다. 그런데 기타는 3년째 치고 있습니다. 이상한 건 실력이 거의 안 늘었다는 거예요. 지금도 코드 몇 개로 같은 곡을 반복합니다. 예전 같으면 진작 접었을 텐데, 왜 이건 남았을까 생각해봤습니다.
늘지 않아서 남았다
답은 좀 허무했습니다. 제가 기타를 '잘하려고' 하지 않아서였어요. 목표를 세우지 않았고, 진도를 재지 않았고, 남에게 들려줄 생각도 없었습니다. 그냥 퇴근하고 10분쯤 소리를 냈습니다. 그러니까 실패할 방법이 없었던 겁니다. 반대로 제가 접었던 것들엔 전부 목표가 있었습니다. 러닝은 10km, 영어는 점수, 그림은 인스타에 올릴 만한 결과물. 목표가 있으니 매번 채점을 했고, 채점을 하니 대부분의 날이 낙제였어요. 하루도 빠짐없이 성적표를 받는 취미를 누가 오래 하겠습니까.
취미가 무너지는 건 재미가 없어져서가 아니라, 채점을 시작해서입니다.
잘하지 않을 자유


요즘은 이런 생각을 합니다. 우리가 뭔가를 그만두는 이유는 대개 실력이 아니라 기준 때문이라고요. 잘해야 한다는 기준이 붙는 순간 그 일은 일이 됩니다. 하루 종일 평가받고 온 사람이 집에 와서 또 평가받고 싶지는 않죠. 그래서 저는 취미에 '못하기'를 허락하기로 했습니다. 못해도 되는 영역을 하나쯤 남겨두는 겁니다. 성장하지 않아도 되는 것, 남에게 보여주지 않아도 되는 것, 오늘 안 해도 아무 일 없는 것. 계산해보면 이건 손해입니다. 3년을 들였는데 남은 결과물이 없으니까요. 그런데 저는 그 3년 동안 매주 몇 번씩 아무 생각 없이 10분을 보냈습니다. 그 10분들을 다 더하면 꽤 큰 시간이고, 저는 그 시간에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았어요. 요즘 세상에 그게 싼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여러분에게도 못해도 되는 게 하나 있으신가요. 없다면 이번 주에 제일 못하는 걸 10분만 해보시면 좋겠습니다.

Jin — 현실주의자
될지 안 될지부터 계산하고 시작. 아침엔 무조건 계란 반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