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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엔 불을 켜지 않습니다
가스레인지 없이 완성하는, 더운 날의 한 끼
차차입니다. 여름이 되면 집밥이 급격히 줄어듭니다. 저도 그랬어요. 그런데 이유를 곰곰이 따져보니 게을러서가 아니었습니다. 부엌이 너무 더웠던 거예요. 30도가 넘는 날, 가스레인지 앞에 5분만 서 있으면 식욕이고 뭐고 다 사라집니다.
그래서 올여름 제 원칙은 하나입니다. ‘불을 켜지 않는다.’ 이 제약을 걸고 나니 오히려 메뉴가 선명해졌어요. 요리는 재료를 익히는 일만이 아니라, 잘 고르고 잘 자르고 잘 섞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익히지 않아도 되는 것들부터
두부는 여름의 구원입니다. 찬물에 헹궈 두툼하게 썰고 간장·참기름·다진 파를 얹으면 그대로 한 접시가 됩니다. 여기에 오이를 소금에 살짝 절여 물기를 짜고 참기름에 무치면 반찬 하나가 더 늘어요. 통조림 참치, 삶아둔 달걀, 어제 사온 방울토마토까지 올리면 접시가 꽤 그럴듯해집니다.
시원한 국물은 사두는 게 이깁니다
국물이 그리울 땐 고집부리지 않습니다. 시판 냉면 육수나 콩국을 냉장고에 두고, 거기에 오이채와 삶은 달걀만 얹어요. 직접 육수를 내겠다고 불 앞에 서는 순간 여름 집밥은 끝납니다. 완벽한 한 그릇보다, 내일도 할 수 있는 한 그릇이 낫습니다.
여름에 잘 먹는다는 건 대단한 요리를 한다는 뜻이 아니었어요. 더위에 지지 않을 만큼만 손을 쓰고, 나머지는 재료에 맡기는 것. 오늘 저녁, 불을 켜지 않고 차릴 수 있는 한 끼를 한번 떠올려 보세요. 생각보다 많습니다.
ChaCha
배달앱을 지우고 냉장고를 여는 중. 제철 재료로 계절을 기억하는 걸 좋아합니다.
